계약 전 걸어두는 돈, 가계약금의 정체
부동산 거래를 앞두고 ‘가계약금’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세나 월세 계약을 준비할 때, 마음에 드는 집을 먼저 잡아두기 위해 계약서를 쓰지 않고 소액의 돈을 먼저 입금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중개인으로부터 “다른 사람이 계약할 수 있으니 일단 가계약금만 걸어두자”는 말을 듣고, 100만 원이든 300만 원이든 송금하고 집을 찜해두는 방식이죠.
그런데 며칠 뒤 계약서를 쓰려고 하자, 집주인이 갑자기 세를 놓지 않겠다고 말을 바꾸는 일이 생깁니다.
혹은 내가 마음이 바뀌어서 계약을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있죠.
그렇다면 이때 내가 송금한 가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가계약금도 법적으로는 계약금이다
‘가계약금’이라는 표현 때문에 흔히 단순한 예약금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가계약금이라 해도, 양측이 거래 대상과 금액, 기간 등 핵심 조건에 대해 합의했고, 일정 금액이 오갔다면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때 계약서는 없더라도, 전화나 카톡,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합의한 내용이 명확하다면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계약의 본질적 요소가 합의되었고, 계약금 일부가 지급되었다면 계약은 성립된 것으로 본다"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즉, 가계약금도 일종의 '계약금'이며, 사소한 금액이라도 적절한 합의가 있었다면 법적 계약 관계가 시작된 것입니다.
집주인이 계약을 취소한 경우, 환급 가능성
만약 집주인이 계약을 먼저 취소한 상황이라면, 가계약금은 전액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정이 생겨서 세를 놓지 않기로 했다”라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경우,
그 책임은 계약을 파기한 집주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565조는 계약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경우, 계약금을 반환해야 하며
- 계약금은 해제권의 보증으로 본다.
이 말은 곧,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
계약금은 전액 반환해야 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배액 배상(2배로 돌려주는 것)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계약을 내가 취소하고 싶다면? 환급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내가 계약을 취소하고 싶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계약금을 걸고 일정 조건에 합의한 후, 내가 일방적으로 마음을 바꿔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계약을 어긴 책임은 나에게 있기 때문에 가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상대방(집주인)이 이미 다른 세입자를 받기 위해 시간을 썼거나 기회를 놓쳤다면,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마음의 변화’만으로 계약을 깨는 것은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계약서가 없어도 계약은 성립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계약서 안 썼으니까 아직 계약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계약은 서면 없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내용의 합의와 금전의 수수 여부입니다.
- 대상이 되는 부동산
- 계약 금액
- 계약 기간
- 입주일 등
이러한 조건들이 문자, 통화, 카카오톡 등에서 명확히 합의되었다면,
계약서는 없어도 계약은 성립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러한 경우,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계좌이체 내역, 대화 캡처, 녹취 등이 계약의 증거로 사용됩니다.
중개인이 잘못 안내했다면 책임질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중간에서 정보를 전달하거나 계약을 주선했다면,
그 역시 일정 부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중개인이 부동산 정보나 계약 조건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거나
- 계약 파기의 원인이 중개인의 과실에서 비롯되었다면,
해당 중개사무소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공제조합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분쟁 발생 시 공제금 신청 및 조정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차이점
사례 1 – 계약금 돌려받은 경우
직장인 A씨는 전세 가계약금 100만 원을 입금한 뒤,
집주인이 “세를 놓지 않기로 했다”라고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A씨는 문자 대화와 입금 내역을 근거로 반환을 요청했고,
중개인을 통해 전액 환급을 받았습니다.
사례 2 – 계약금 몰수된 경우
대학생 B씨는 원룸 가계약금 50만 원을 보낸 뒤,
개인 사정으로 계약을 포기하고 싶다며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조건에 합의된 상황이었고,
집주인은 계약을 성립된 것으로 보고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B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가계약금, 어떻게 지킬 것인가?
가계약금은 단순한 '예약금'이 아닙니다.
계약의 효력을 가질 수 있는 ‘법적 계약금’이며,
잘못하면 되찾을 수 없고,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 사항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 조건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입금하지 마세요
- 대화 내용은 꼭 문자나 카톡 등으로 기록을 남기세요
- 입금 내역은 스크린숏이나 계좌이체 확인증으로 보관하세요
- 계약 파기를 원할 땐 서면으로 해제 요청을 남기고, 증거를 확보하세요
- 중개인이 관여했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질 준비를 하세요
마무리
가계약금은 계약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적은 금액이라고 쉽게 생각했다가, 수백만 원을 날리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계약이라는 것은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신중함과 증거 확보의 싸움입니다.
정식 계약서가 없어도, 약속과 돈이 오갔다면 계약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앞으로 부동산 계약을 준비하실 때,
오늘의 내용을 기억하시고 여러분의 소중한 돈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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